한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전시

서윤지의 質問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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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가 기관에 의해 비무장 민간인 수천 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추정 피해자는 최대 7,000명으로, 암매장이 벌어진 구덩이들을 모두 이으면 전체 길이가 약 1km에 달하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 불리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골령골에 묻힌 유해를 수습하기 위한 첫 작업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총 1,441구의 유해와 4,587개의 유품이 수습되었다. 그러나 사건의 참상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대전 시민들에게 낯선 역사의 장소로 남아있다.
대전 골령골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유해가 발굴되어 있으며, 국가와 유족, 시민사회가 충돌하고 협상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장소’다. 이곳은 생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아니라 이름 모를 이들의 침묵으로 남겨진 곳이며, 그렇기에 오늘날 이곳에서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행위는 단순한 과거 회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사유하는 태도, 나아가 미래를 구성하는 윤리적 실천이 된다.
그렇기에 건축가로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름이 지워진 신체들로 쌓여진 땅에서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이름이 지워진 신체들로 쌓여진 곳, 골령(骨靈)골. 여기서 이름이 지워진 그들을 기념하는 방식을 질문하고자 한다. 기념한다는 것은 그것을 보거나 읽는 것이 사건이 되어 신체나 감각이 변용될, 비인칭의 ‘누군가’를 위한 것일 순 없을까? 과거가 아닌 미래에 속하는 기념비로서, 우리에게 잊혀지는 것들로부터 우리에게 이어지기 위한 건축적 경험을 건넬 수는 없을까? 대상으로서의 기념비에서 감응하는 기념비로, 해당 프로젝트는 ‘보는’ 것이 아니라 감응하는 ‘사건’이 되며, 그곳에 도래할 누군가를 통해 이어지는 감응의 연속성으로 추모와 기념의 방식을 재고찰한다.

서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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